태교 음악

2020. 12. 28. 13:26수필

남상선/수필가

 

   여름 날씨가  기 싸움 순위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그랬던지 어지간히 사람을 괴롭혔다. 여느 때처럼 3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시간이었지만 체육관엔 운동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 걸로 보아 더위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운 날씨에 불룩한 배를 안고 헐떡거리고 앉아 있는 체육관 접수창구의 김화 여인의 모습이 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얘길 하다 보니 이 여인은 30대 중반의 신혼으로 4개월 후이면 아기 엄마가 된다고 하였다.

 

더운 날씨 탓인지 운동하러 오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고, 평소 트레이너 겸 파트너가 되어 배드민턴 쳐 주시던 이용만 형님도 나오질 않으셨다. 배드민턴이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어서 준비운동으로 체조만 하고 있었더니 좀 안 돼 보였던지 임신부 그 여인은 자신이 파트너로 배드민턴을 쳐 주겠다고 했다. 말은 고마웠지만 임신 중인 몸이라 걱정이 되어 사양하였다.

 

그랬더니 배드민턴을 잘 치진 못해도 아기 순산에 도움 되는 운동이 될까 해서 30분만 쳐 줄 테니 집에 가지 말고 같이 치자고 했다. 처음엔 임신부 뱃속의 아기가 걱정되어 사양했지만 너무나 착한 마음씨 따뜻한 배려심에 마음이 움직였다. 고마운 뜻을 받아들였다. 체욱관 직원인 그 여인이 아녔더라면 아침 운동 못하고 그냥 집에 올 뻔했는데 너무나 고마웠다.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지상의 또 다른 천사 그 여인의 보기 드문 마음씨가 나를 통째로 사로잡았다. 남을 배려하고 가려운 데를 알아 그곳을 긁어 주려하는 예비 엄마의 비단결 같은 마음씨가 요즘 같은 세상이라 그런지 더욱 돋보이게 우러러 보였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면 방부제처리라도 해서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은 마음씨였다.

 

배부른 몸으로 헐떡거리며 배드민턴 쳐 주던 그 여인의 모습이 집에 와서도 어른거렸다. 불룩 나온 배로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던 아주머니의 부담스러웠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배부른 임신부의 모습으로 하기 어려운 운동을 해줘서였던지, 아니면 고맙게 해 준 남다른 배려심에서였던지, 그 천사의 동산만한 배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머릿속을 떠날 줄을 몰랐다.

 

2,3일째 머릿속에 진을 치고 있는 생각 때문에 그냥 있기가 어려웠다.

아주머니의 착한 마음씨 배려심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생각을 그냥 두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불룩한 배에 연상해서 이끌어낸 생각이 바로 임신부에 관련된 태교음악 음반이었다.

 

생각했던 것을 미루고 실천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아 집에 오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태교음악 음반이나 CD를 취급하는 악기점을 검색했으나 별로 탐탁한 데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자문을 구하고 물어서 도마동 <가람악기>를 찾아갔다. 태교음악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그 중 제일 브랜드가치가 있다고 하는 태교음악 C D를 사가지고 왔다. 다음 날 아침 운동할 때 전해주려고 했는데 마침 이용만 형님 내외분이 아침운동 차 함께 나오셨기에 모양새가 내 한 사람  뜻으로 준비한 것을 전하는 것보다는 세 사람 뜻으로 준비한 것이 좋을 것 같아 형님한테 드리고 전달하게 했다생각지 못한 의외의 선물이라 그런지 김화 임신부는 아기가 좋아할 몫까지 모두 빼앗아 두 사람 분의 몫을 혼자 다 즐기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즐거워하는 표정과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왜 그리 즐겁고 행복했었는지 모르겠다. 작은 정성으로 희열이 만면한 얼굴을 보니 내가 선물을 받은 것보다 몇 배 이상 느꺼워지는 즐거움이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음지에 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록펠러 자서전에 나오는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좋은 일도 되겠지만 나는즐거움으로 의미를 새기고 싶다.

 

인사도 못한 아가야, 엄마 뱃속에서 엄마와 같이 있는 10개월 동안 태교 음악 잘 듣고,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 엄마 아빠에게 세상 제일가는 행복감 주길 바란다.

 

악아, 아가야, 태교음악으로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 엄마 아빠 마음 춤추게 해드리고, 보석같이 번쩍번쩍 빛나는 천하의 영재 수재로, 혼탁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 주길 바란다.

 

얼굴도 못 본 아가야, 태교음악 듣고 몸과 마음 모두 성숙하여, 저만 생각하는 개천의 지렁이가 되지 말고, 우리 모두를 위한 천하의 용으로 꿈틀거려 주길 바란다.

 

 

아가야, 아가야, 태교음악이 엄마 마음이 되어 7,8월 작렬하는 폭양에 물이 없어 갈증으로 애타는 한 줄기 무궁화에게도 단비가 돼 주는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

 

태교음악 들을 아가야, 적막강산에 향기 있는 꽃이 없어, 오갈 데 없는 벌 나비에게도 천리향 만리향 풍기는 또 다른 꽃이 되어 벌 나비 신바람 나는 춤으로 살게 해 주었으면 한다.

 

악아, 엄마 뱃속에 있는 아가야, 태교음악이 너의 숨결이 되어, 햇볕이 그리워 몸부림치는 민초에게도 또 다른 따뜻한 햇볕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악아, 아가야, 따뜻한 가슴이 그리워 시린 가슴으로 사는 지구촌 가족에게도 온 누리를 다 녹일 수 있는 천하의 용광로 가슴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사랑하는 아들의 아내, 사위의 마누라가 임신했을 때에도 생각지 못 했던 태교음악 CD 선물이 며느리와 딸한테 왜 이리 미안해지는 것일까!

 

사랑하는 새아기야, 내 딸아, 우리 손주들을 위한 태교음악 선물은 못했어도, 다짐한 평생 새벽기도로 음반에 담은 천 배 만 배 마음을 하늘에 바치고 있다.

 

태교음악!

매일 아침 새벽 기도!

여기에 담은 소박한 늙은이의 마음을 모두 다 이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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